서울의 대학로는 무엇으로 유명한지 한국사람 누구에게나 물어보면 소극장으로 유명하다고 한결 같이 대답할 것이다. 대학로는 대학생들이 많이 모여서 노는 곳, 먹을 것도 많고, 볼 것도 많다. 낙산으로 올라가는 이화길은 예쁜 사진도 많이 찍을 수 있어서 주말에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그러나 대학로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나도 처음 한국에 올 때 대학로의 한 기숙사에 살았는데 그때도 연극을 보러 소극장을 많이 다니곤 했다. 가까이 살아서 그렇기도 하고 가격도 비싸지도 않다 보니 한국 작품, 외국 작품, 골고루 다 보러 다니면서 친구들이랑 재미있는 주말을 자주 보냈다.
If you ask people what Seoul’s Daehangno Street is famous for, all of them will say it’s famous for small theaters. University students gather there and hang out, with plenty of places to eat, and watch things and take pictures along the roads from the Ihwa Mural Village to Naksan Park. Daehangno Street is always crowded with people on the weekends. These are, however, not the only reasons to visit the neighborhood. As I used to live in a dormitory near Daehangno Street when I first came to Seoul, I often went to see plays in the small theaters in the neighborhood. Thanks to its vicinity to my place and also thanks to the cheap ticket prices, I saw a lot of plays, whether they were Korean pieces or not, and spent many good weekends with my friends there.
애초에 소극장 연극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러시아에 거의 없는 문화 콘텐츠이기 때문이었다. 규모가 큰 극장에 이름 난 연극이나 발레를 보는 것에 익숙한 러시아 사람들은 겨우 20명이 앉을 수 있는 홀에 배우 4명이 하는 연극을 보는 것이 낯설고 신기하기만 하다. 물론 러시아 대학교 연극과에서 이와 같은 연극을 하긴 하지만 그것은 주로 교수들이 연극과 학생들에게 기말 과제로 내는 것일뿐, 일반 관람객들이 보러 다닐만한 정도는 아니다.
One of the reasons I began to have an interest in the small plays was that they are rarely seen in Russia. For Russians, who are more familiar with sitting in big theaters and enjoying plays or ballets, a play with four actors on the stage in which only twenty-something seats are available for the audience, is strange and new. Of course there certainly are small plays performed in Russia, mainly as final assignments for students who study acting at universities, which are not the best performances for an audience to enjoy.
그 동안 대학로에서 많은 연극을 봤다. 농담을 많이 하고 관람객과 같이 노는 개그쇼, 진지한 주제를 다룬 드라마 연극, 쉽게 웃거나 울 수 있는 연애 이야기, 다 재미있게 보면서 항상 좋은 기분으로 공연장을 나갔다. ‘시간만 되면 다음에 또 봐야지’라고 생각하며 다음에 어떤 연극을 볼지 친구들과 얘기도 많이 했다.
I’ve seen a lot of theater plays in Daehangno. Comedies in which actors joke a lot and play with the audience, dramas with serious topics, plays that easily make you laugh, and which also bring you to tears. I’ve enjoyed all of those and always left the theater with satisfaction. Thinking of revisiting theaters, I often talked and planned with my friends about which play to see next.
그러더니 얼마 전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대학교 소극장 무료 티켓이 몇 장 생겼다면서 같이 연극을 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의외로 공포 연극이라고 했다. 사실 공포 영화를 정말 많이 좋아하고 자주 보지만 공포 연극에 대해 처음 들어봤다. 그래서 공포 연극이 도대체 어떤 건지 너무 궁금해서 ‘두 여자’라는 연극을 같이 보기로 했다.
Lately, one of my friends called and asked me to go to see a play together. The suggestion was, though, unexpected because it was a horror play. I enjoy watching horror movies and do watch them a lot, but I’ve never heard about horror plays before. It made me really curious about what this horror play thing is. So I went to see the play called “Two Women” with my friends.
최종 평가부터 내리자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줄거리 자체가 무서운데다가 배우 연기력, 갖춰진 장비, 조명과 음향 등 특수 효과까지 다 공포 분위기를 뿜었다. 제작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놀랄 뿐이었다. 사실 공포 영화를 찍는 촬영 과정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먼저 카메라로 장면을 다 찍고 나서 나중에 편집 때 특수효과나 소름 끼치는 음악을 넣으면 된다고 대략 짐작했다. 그런데 무대에서 배우 4명이 같은 효과를 과연 낼 수 있을지 속으로 의심했다. 하지만 이 연극은 내 상상을 초월했다.
In short, I pretty much liked the play. The plot was scary enough and all the factors from actors’ performances and stage settings to lighting and sound created a scary atmosphere. I was overwhelmed by the production’s creativity. I believe I have some basic understanding of how a horror movie is filmed. First do the filming, and then add special effects and scary music during the editing process. That’s what I know. I doubted, to be honest, whether four actors could create such effects on stage. The play, however, far exceeded my expectations.
공포 영화에서 나오는 무서운 장면이 다 나왔던 것 같다. 갑자기 닫은 문 뒤에서 나타나는 죽은 인물들, 천장에서 내리는 머리카락, 저절로 열리거나 닫히는 문 등이 연출될 때마다 관람객들은 소리를 질렀다. 제일 무서운 것은 조명이 꺼질 때 배우들이 객석에 몰래 들어가서 관람객들의 머리나 다리를 살짝 만지는 것이었다. 어두컴컴한 좌석에서 누군가 내 다리를 살짝 만지면 소리 지를 수밖에 없었다.
All the scary scenes in horror movies were presented on stage. A dead character immerged behind a closed door. Hair came down from the ceiling. The door opened and closed by itself. All this made the audience scream. The scariest part was the actors approaching the audience in the darkness between the scenes and touching their hair or legs. When you feel your legs touched in the darkness, all you can do is scream.
두 시간이 흐른 뒤 연극이 끝났다. 마지막 장면에 충격을 받았던 관람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배우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시간이 늦어서 집으로 가야 하지만 너무나도 흥분돼서 친구들과 길가에서 몇 십분 동안 연극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만큼 재미있고 우리 시선을 사로잡았던 연극이었다.
About two hours passed and the play ended. Audience members who were blown away by the last scene stood up and took pictures with the actors. It was already late at night, but we didn’t leave for more than 10 or 20 minutes, standing there and talking about the play because we were so thrilled and overwhelmed. It was that great, and definitely captured us.
공포 연극은 러시아에 전혀 없는 연극 형식이다. 러시아에서는 공포 영화마저도 별로 인기 없거니와 공포 연극을 보고 싶은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지 고민할 정도이다. 그러나 한국의 소극장에 공포 연극이 존재하는 건 연극의 다양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여러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형식의 연극을 볼 기회가 생겨서 더욱더 좋은 것 같다.
In Russia, horror plays are a brand new theater genre and basically don’t exist. Horror movies are not popular in Russia, and I would say, if there’re any Russians who would want to see horror plays, the number of them might be countable on one hand. Horror plays in small Korean theaters play an important role in the variety of Korean plays on offer, and this is better for an audience that can enjoy more variety of stories and genres in the theater.
이 글은 러시아 출신 방송인 일리야 벨랴코프씨가 직접 한국어로 썼다. Ilya Belyakov is a local TV personality and a frequent presence on Korean media.
Translated by Korea.net Staff Writer Chang Iou-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