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으로 살펴본 독일 한류의 성장, 그리고 새로운 과제 – Hallyu’s growth in Germany seen via Hansik and new tasks

한 나라의 문화적 특색을 결정짓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음식문화를 빼놓고 그 나라의 문화를 논하기 어렵다. 옛부터 먹고사는 것만큼 인류에게 중요한 과제는 없었다. 한 나라의 구성원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더라도 고유한 식문화는 놓치지 않고 대를 이어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 나라 음식문화의 확산 정도는 그 나라 문화의 영향력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척도라고 할 수 있다.

Multiple factors determine a country’s cultural characteristics, but it’s hard to discuss a culture without including its cuisine. Making a living has been the most crucial task for humans since ancient times. This can be seen in the passing on of one’s food culture over generations even if members of a people move elsewhere. In that sense, the extent of the dissemination of a nation’s culinary culture is said to be an important criterion of that country’s cultural influence.

주독일한국문화원장으로 부임한 직후 한국식당을 방문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밖에서는 한국식당인지조차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작고 소박한 곳이었다. 모든 테이블은 만석인 채 현지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러한 광경이 100여 개에 달하는 베를린의 한식당에서 일상적인 일이라니 더욱 놀라울 일이었다. 베를린에서 유학 시절을 보내던 15년 전만 하더라도 한식당이 열 손가락 이내였다. 그마저도 대부분 고객이 한인이었던걸 감안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와도 같은 변화다.

I remember the shock I felt when visiting a Korean restaurant in Berlin after assuming my post as director of the Korean Cultural Center (KCC) in Germany. The very small and simple place made it hard to tell from the outside whether it was a Korean restaurant. All the tables were full and occupied by local residents. More surprising was that this scene was common at the some 100 Korean restaurants in Berlin. When I was studying in Berlin about 15 years ago, the city had fewer than 10 Korean restaurants. Considering that the customers used to be overwhelmingly Korean, the situation today constitutes a drastic change.

그렇다면, 어떻게 한식이 짧은 기간 내에 독일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그건 독일 내 한류의 성장 과정과 서로 떼어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So how has Hansik (traditional Korean food) captivated the palates of Germans in such a short time? This cannot be explained without mentioning the growth process of Hallyu (Korean Wave) in Germany.

사실 독일에서 한류는 아시아권 등 한류 세가 강한 국가들에 비해 더디게 출발했다. 그 열기도 상대적으로 차분한 편에 속한다. 아무래도 독일이라는 나라가 빠르게 변한다거나, 쉽게 달아오르고 식는 특성을 갖지 않는 데에서 주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통 미디어에서 뉴미디어로 영향력이 넘어가는 흐름과 연관 지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Hallyu got off to a slow start in Germany than in countries where the Korean Wave flourished like those in Asia, and the passion for Hallyu in the Western European country was relatively low. The main reason is perhaps that Germany is not a country that sees rapid change or goes crazy over something easily. On the other hand, Hallyu’s growth can be explained by the global transition from traditional to new media as the main medium of influence.

많은 국가에서 한류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대장금, 겨울연가 등의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촉발됐다. 반면 독일에서 공중파 TV가 아시아권 드라마를 방영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다 보니 한류 확산의 기반이 조금은 늦게 형성된 측면이 있다.

Hallyu began to grow in many countries from the late 1990s to early 2000s thanks to hit K-dramas such as “Jewel in the Palace” and “Winter Sonata.” Germany, however, rarely aired Asian dramas on public TV, thus the foundation for the spread of Hallyu there was formed relatively late.

그렇지만 최근에는 뉴미디어, 특히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한국 드라마의 시청이 일상화된 시대로 변모했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현지인의 한국문화와 접촉 빈도를 높이면서, 드라마 속 한국문화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실제 소비로 연결하는 단계로 이끌었다.

Yet as new media’s influence grew especially thanks to over-the-top platforms, viewership of K-dramas grew into a daily routine. This environmental change has raised the frequency of the German public’s contact with Korean culture and naturally led to the stage of consumption of Korean cultural content shown in such dramas.

특히 K-음식은 건강식이자 다이어트식이라는 이미지가 올곧게 형성돼 지금의 한식붐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가정에서도 한식을 조리해 먹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동네 마트에서 다양한 한식 재료를 구매할 수 있을 만큼 한식은 독일의 주요 음식문화 중의 하나로 대우를 받으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For example, the image of Hansik as a healthy and dietary cuisine has fueled a boom in the food, and cooking Hansik at home has recently spread as a trend. Given the wider availability of Hansik ingredients at neighborhood supermarkets in Germany, Hansik is now accepted as a major cuisine there and gaining ground.

이처럼 유례없는 한식 전성기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자랑스럽고 뿌듯한 마음이 드는 게 우선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행복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우려가 이는 것도 사실이다. In watching the unprecedented golden age of Hallyu, I initially felt proud and pleased. On the other hand, I also honestly worry over how long this happiness can l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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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류 열풍을 타고 베를린에서만 100여 곳의 한식당이 성업 중이다. 그러나 그중 상당수는 중국, 베트남 등 비(非)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들 식당에서는 한국식 간판을 달고 영업하지만, 낯선 향신료와 식재료로 만든 김치와 비빔밥이 제공되거나, 음식명도 틀리게 표기(예시 :‘김치만두’를 ‘만두김치’로 표기)된 사례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A recent news report said about 100 Korean restaurants are thriving in Berlin, but many of them are run by non-Koreans such as Chinese and Vietnamese. These establishments have Korean-style signs but also face problems like using unfamiliar spices and ingredients to make kimchi and bibimbap (rice mixed with meat, vegetables and spicy red pepper paste), or using inaccurate word order in food names like “mandu (dumpling) kimchi” instead of “kimchi mandu.”

물론, 다른 나라의 사람들까지 한식당 경쟁에 뛰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한식의 인기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어렵게 구축해 놓은 한식 명성이 한순간에 사라질 위험도 함께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Of course, the presence of people from other countries in the Korean restaurant scene attests to Hansik’s popularity. But this also implies the hard-earned prestige earned by Korean cuisine could face the risk of collapsing overnight.

따라서 그동안 재외 한국문화원의 활동이 우리 문화의 인지도를 높이고 새롭게 수요층을 넓히는 데 주력해 왔다면, 이제는 그간 일궈온 소중한 한류의 자산 가치를 지키고 보존하는 일에도 더욱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KCCs worldwide have thus focused on boosting awareness of Korean culture and expanding its demand base, but now needs to do more to protect and preserve the asset value of Hallyu carefully cultivated so far.

이러한 예로 지난해 10월,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린 ‘베를린 푸드위크’행사에서 우리의 핵심 홍보 열쇳말은 ‘한식 제대로 알리기’였다. 이 행사를 통해 수천 명의 방문객이 그간 ‘일본 스시’로 오인하던 ‘한국 김밥’의 진가를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For example, the KCC’s main promotional slogan at Berlin Food Week in October last year was “proper promotion of Hansik.” This event offered the chance to show the thousands of visitors who mistook gimbap (seaweed rice rolls) for Japanese sushi to learn the Korean food’s true va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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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현지인 일상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것이 정작 한국문화의 한 부분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는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 문화원은 앞으로 진정한 한국문화의 가치 알리기에 더욱 힘쓸 계획이다.

As this shows, many Germans love Korean culture but often are unaware that what they love is Korean. Our KCC pledges more efforts toward promoting the true value of Korean culture.

문화원의 주력 자산인 다양한 공연, 전시, 강좌프로그램을 활용해 참가자들이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한국을 보고, 듣고, 체험하도록 하는 한편, 현지 미래세대가 한국문화를 이른 시기에 접하고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문화원 초청 프로그램’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Our KCC will expand our invitational programs so that through our main assets like performances, exhibitions and lectures, visitors can watch, listen and experience Korea in three-dimensional and comprehensive ways. We will also help future generations in Germany access and properly appreciate Korean culture at an early age.

특히 초청 프로그램은 참여자 만족도가 높아 어린 시절부터 한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문화원은 매년 30∼40개의 초등학생 그룹을 문화원으로 초청해 한국의 전통과 현대문화를 종합적으로 소개해 왔다. 이러한 작은 실천을 통해 독일의 미래 한류를 기초부터 튼튼하게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Our invitational programs have a high satisfaction rate among participants, thus they are deemed effective in instilling a positive image of Korea in Germans from a young age. The KCC every year invites 30-40 elementary school students to provide comprehensive explanations of traditional and contemporary Korean culture. These small steps can develop the future of Hallyu in Germany from the ground up.

독일 땅에 한국문화원이 개원한 지 올해로 30년을 맞는다. 그간 어려운 여건 속에서 헌신하신 많은 분의 노력 덕분에 오늘날 한국문화가 이처럼 꽃피우고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이제 선배 세대가 일궈온 한류의 과실수가 오래도록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그 관리에 더욱 노력을 기울일 때다.

This year marks the 30th anniversary of the KCC’s opening on German soil. Korean culture has clearly blossomed like this today thanks to the efforts and dedication of many people despite adversity. Now is the time for more efforts to go into management so that Hallyu trees as cultivated by our predecessors can continue to bear fruit for a long time.

양상근 – 주독일 한국문화원장
By Yang Sangkeun – Director of Korean Cultural Center in Germany
Translated by Korea.net staff writer Lee Ji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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